2012년 3월 13일 화요일

인사법

절이라는 것

사랑하는 아이들아,
오늘은 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지난번 설날 너희들이 세배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절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알림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존경과 호의를 갖고 있음을 외적인 형식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신호이기 때문에 정중하고 품위 있는 일정한 형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도 말이다.

아빠 세대는 누가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절하는 것에 대해서 별로 어색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기는 언젠가 한번 설날 아침 아버지 어머니께 세배 드리기 전에 손님들이 오셔서 세배를 하라고 하실 때 안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적은 있었다. 다행히 이유를 눈치 채신 어머니 덕분에 아버지 어머니께서 먼저 세배를 받으셔서 한바탕 웃고 넘어간 적은 있었다만 말이다.
“出必告 反必面”(출필고 반필면)이라고 해서 사람이 드나듦에는 반듯이 웃어른께 말씀드리는 법이라 학교에 갈 때는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서는 “다녀왔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사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더욱 부모님이 며칠 어디 다녀오시게 된다든가 또는 우리가 집을 떠나 며칠 어디 다녀와야 될 경우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큰절로 인사드리고는 했었다. 즉 절이라는 것은 생활의 일부였지 별스러운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자고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해서 지나칠 정도로 예절을 중요시 해 온 것은 사실이다만, 우리가 자랄 때는 손님이 오시면 동구 밖 모퉁이까지 따라 나가 손님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요즈음 우리가 그렇게도 야만인이라고 흉을 보던 왜인들은 손님을 전송하고 돌아서 가다가도 또 다시 눈만 마주치면 허리를 연신 굽혀가며 인사를 하는데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
손님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현관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것을 보면 민망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하기야 남편이 출근할 때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내다보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으니 왜 이리 삭막해졌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만났던 사람인양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경계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이는 과거의 경험 등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여 생기는 현상이라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불행하게도 그 사람의 평소 생활 태도나 사고방식, 주위 환경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러한 체취를 풍기게 하고 있음을 이해하면서도,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관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은 어느 누구나를 막론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있어, 공공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한 마땅히 존중되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척도로만 상대방을 재려고 하다 보니, 선입관 등이 작용하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빠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애당초 상대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소극적이고도 편협한 짓인지 부끄럽기조차 하다. 더구나 짧디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굳이 어떤 선을 그어 놓아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좁히는 손해를 자초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니겠니.
한 학급에서도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늘 어울리는 아이들하고만 지내는데 반장이라든가 학급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 많은 아이들과 어울리면서도 모가 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을게다. 대부분의 그런 아이들은 경우에 어긋나지 않게 처신하기는 하지만 자신은 결코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즉 약삭빠르다고 할 정도로 제 실속은 챙긴다. 그런데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사람을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첫인상이다. 첫인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그 사람의 외모 체취 인사성 말씨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모는 타고난 것이라 오랫동안 마음의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체취 또한 하루 이틀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선 손쉬운 인사법과 말씨만이라도 가다듬어 사회생활에 이용하게 된다면 세상을 보다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대인 관계에서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인사법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처신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우리 고유의 인사 예절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니 본래의 예법을 철저하게 익혀 원만하고도 유익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해라.

인사는 하루에 몇 번이라도 뵐 때마다 하여야 하나 때로는 못 뵌 척도 해야 예의이다. 어른을 뵐 때마다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이기는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슬쩍 못 뵌 척하고 지나칠 줄도 알아야 된다는 말이다. 가령 어디를 가다 친척 어른 중의 한 분이 길에서 소피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슬쩍 못 뵌 척 비켜 드려야 예의를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또 길에서 만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모시고 오는 도중에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었다 하더라도 집안에 들어서면 다시 정식으로 체모를 차려 인사를 드려야 한다.

상대방이 절을 받을 만한 태세를 갖추지 않았을 때는 절을 안 하는 법이다. 가령 앓아누워 있다던가, 진지상을 대하고 계신다던가 하면 가볍게 인사를 드린 후 나중에 다시 기회를 보아서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말이다.
초상이 났을 때, 가까운 사이는 첫 날부터 일을 보아주다가도 성복을 하면 다시 정식으로 조문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인사를 할 때, 처음에는 예법대로 잘하다가도 끝마무리가 좋지 못해 인상을 나쁘게 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인사를 하는 사람은 인사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의와 법도를 지켜야 하겠지만 인사를 받는 사람도 인사를 받는 사람으로서의 예의와 법도를 갖춰야 한다. 간혹 의자에 앉아 인사를 받는 경우를 보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반듯이 방바닥에 앉아서 받아야 한다.

우리가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더욱 예의범절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고 부부고 형제고 간에 서로가 지켜 줄 것은 지켜 주는 것이 서로간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될 게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간의 그윽한 정과 믿음을 나타내는 멋이 아닐까 한다.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年長以倍則 父事之(자기보다 나이가 배 이상 되는 사람이 원 뜻인데 흔히 자기보다 16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아버지를 섬기듯 모시고 라고 번역하고 있다) 十年以長則 兄事之(11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형님을 섬기듯 모시고) 五年以長則 肩隨之(자기보다 6년 이상 나이가 많으면 선후배로 지낸다.) 라고 했다. 다시 말해 5년 이내는 서로 친구로 지낼 수 있고 6년 이상 십년 사이는 나이가 많은 쪽이 허락할 경우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열 살 정도의 나이 차이를 서로 평교할 수 있는 사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요즈음은 한 두 살만 나이 차이가 나도 마구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이가 있는
가하면 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의지하려고만 드는 이도 있는 것을 보면 한심스럽기조차 하다.

우리나라의 인사법

우리나라의 인사법에는 큰절(稽首拜계수배·肅拜숙배) 평절(頓首拜돈수배·平拜평배) 반절(控手拜공수배·半拜반배)의 세 가지가 있다.

어느 경우나 기본 동작은 다 비슷하다. 절을 할 때 각별히 주의하여야 할 점은 공수하는 방법이다.
흔히들 이 공수하는 방법을 몰라 고두배(叩頭拜)처럼 두 손을 벌리고 하는데 이는 체통이 없는 집안에서 교양 없이 자란 사람들이나 할 법한 일이다. 고두배는 두 손을 벌려 바닥을 짚은 채 한 번 절할 때마다 이마가 바닥이 닿을 정도로 세 번을 조아리는 것인데 신하가 임금에게 하는 절이라고들 하나 원래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라고 해서 세 번 절하고 그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조아리는 만주족 고유의 절하는 방법이다.
참고로 오체투지(五體投地)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불교에서 하는 최고의 예로써 합장한 자세에서 손 짚어 절하고는 팔꿈치로 땅을 짚고 두 손을 펴서 이마 양쪽까지 올리는 절이다. 인도에서는 어른을 뵈었을 때 절을 하고 상대방 발을 받들어 머리 위까지 쳐들던 예법이 있는데 이것이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길흉과 성별에 따라 공수하는 방법이 다르다.
길사(吉事)인 경우 남좌여우(男左女右)라고 해서 남자는 항상 왼손이 오른손 위에 오도록 하고, 여자는 이와 반대로 오른손이 위로 오도록 하며, 흉사(凶事)인 경우는 이와 반대로 한다. 흉사란 초상집에서의 예의,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이 죽어서 약 백일 만에 지내는 졸곡제 직전까지의 행사를 의미한다.

왼쪽이니 오른쪽이니 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태양 광선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모름지기 태양 광선을 향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태양 광선을 가장 잘 받는 남쪽을 향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쪽을 향하면 왼편이 동쪽이고 오른편은 서쪽이 된다. 그런데 왼쪽은 해가 뜨니까 양(陽)이고 오른쪽은 해가 지는 곳이니까 음(陰)을 의미한다. 양(陽)이 남자, 음(陰)이 여자를 의미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고로 왼편은 남자이고 오른편은 여자를 뜻한다. 남좌여우(男左女右)니 남동여서(男東女西) 라는 말은 이러한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혼인례라든가 모든 의식에서 심지어는 부부가 잠자리를 펼 때도 남자가 동쪽에 자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죽은 이는 사자이서위상(死者以西爲上)이라고 해서 서쪽을 윗자리로 하는데 불가에서 말하는 서방정토(西方淨土)가 우리가 죽어서 가게 되는 극락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서쪽 즉 오른쪽을 죽은 이의 방향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신주나 지방을 쓸 때 고위(아버지)를 서쪽에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남자의 절은 계수배(稽首拜), 돈수배(頓首拜), 공수배(控手拜)로 나누는데, 남자가 절을 할 때는 이렇게 한다.

①우선 공수한 손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가
②오른쪽 발을 가볍게 뒤로 뺌과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③공수한 손으로 방바닥을 짚는다.
④다음 왼쪽 무릎을 뒤로 당겨 오른쪽 무릎과 가지런히 한다.
⑤왼쪽 발바닥이 오른쪽 발등과 겹치게끔 포개며 엉덩이를 깊이 내려앉는다. 이때 양발의 뒤꿈치는 벌어진다.
⑥조용히 양쪽 팔꿈치를 방바닥에 붙이면서
⑦이마를 조아려 공수한 채 있는 손등에 닿을 듯하게 하되 엉덩이는 하늘로 치솟지 말아야 한다. 즉 등과 방바닥이 수평이 되도록 한다.
⑧하나 둘 셋 셀 정도의 시간 동안 엎드려 있다가
⑨머리를 들며 팔꿈치를 가볍게 방바닥에서 뗀다.
⑩오른쪽 무릎을 먼저 세운 뒤
⑪바닥을 짚고 있던 손을 들어 세워 놓은 무릎을 짚는 것처럼 하며
⑫오른쪽 무릎에 힘을 주며 일어난다.
⑬왼쪽 발을 오른쪽 발과 가지런히 모으며
⑭가볍게 목례를 하는 것처럼 예를 갖춘 다음
⑮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공수한 채 무릎 한가운데 올려놓는다.

이것이 큰절 즉 계수배(稽首拜)이고, 이마를 조아려 공수한 채 있는 손등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엎드렸다가 머무름이 없이 바로 일어나는 것이 평절 다시 말해 돈수배(頓首拜)이다.
계수배는 절을 했을 때 답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높은 어른 즉 부모나 그 이상에 상응하는 어른에게 하는데 자신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 8촌 이내의 연장존속(어버이와 같은 항열 이상에 속하는 나이 많은 근친) 또는 의식 행사에 해당되며, 돈수배는 절을 했을 때 답배 또는 평절로 맞절을 해야 하는 웃어른이나 같은 또래 사이 즉 선생님이나 연장자, 상급자, 배우자, 형님, 누나, 서로 친구로 사귈 수 있는 사이 또는 친족이 아닌 15년 이내의 연하자에게 하는 예의이다.
공수배(控首拜) 다시 말해 반절은 아랫사람이 절 할 때 받는 방법으로 좀 어려운 사이이면 앉아 있다가 상대방이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자세에 들 무렵에 두 무릎을 꿇되 엉덩이를 내려앉지 말고 두팔은 뻗은 채 방바닥을 집는 자세를 취하고(즉 등이 방바닥과 수평이 되게 한다) 좀 편한 사이이면 앉은 채로 가볍게 허리를 굽혀서 예로서 대접하는 것을 말하는데 제자나 친구의 자녀, 자녀의 친구 또는 남녀 동생, 8촌 이내의 10년 이내 연장 비속 또는 친족이 아닌 16년 이상의 연하자에 하게 된다.

여자의 큰절은 숙배(肅拜)라 하고, 평절은 평배(平拜), 반절은 반배(半拜)라고 하는데 평절은 이렇게 한다.

①공수한 채 다소곳이 서 있다가 손을 가볍게 풀은 후
②조용히 앉으며 왼쪽 무릎을 꿇고 오른쪽 무릎은 세운 채 가볍게 머리를 숙인다.
③팔은 어깨 넓이로 벌린다. 이때 손끝은 가지런히 붙여서 손가락이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고 상체를 굽히면서 손바닥이 가볍게 바닥에 닿게 한다.
④어깨가 치솟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상체를 구부렸다가
⑤조용히 일어난다.
⑥다음 다시 앉아 세운 무릎(보통은 오른쪽) 위에 두 손을 다소곳이 올려놓고 윗사람의 말씀을 듣는다. 이때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오른 손이 위로 가게끔 한다.

큰절(肅拜)에는 흔히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들께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폐백, 새댁이 시어른을 처음 뵐 때 또는 제례 등의 의식행사에서 하는 것이다.

부모님이라든가 친척에게 하는 큰절은 이러하다.

①공수한 두 손을 어깨높이에서 수평이 되도록 올린 후(손바닥이 보일 듯 말 듯 하게하고, 또 팔을 너무 올리면 겨드랑이가 보인다)
②이마를 가볍게 숙여서 손등에 닿을듯하게 하고 두 눈은 엄지손가락쯤을 향하게 한다.
③조용히 앉으면서 왼쪽 무릎을 꿇고 뒤꿈치가 밖으로 향하게 벌리되 엉덩이는 가볍게 내려앉은 후 두 손을 내려 어깨 넓이로 팔을 벌려 손끝을 가지런히 모아 가볍게 바닥에 닿게 한다.
④상체를 평절 보다 조금 더 굽혀(약 30도 정도) 하나 둘 셋쯤 있다가 일어난다.
⑤다시 공수한 두 손을 이마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하여 일어났다가
⑥두 손을 풀은 후 다시 앞의 ⑥과 같이한다.

새댁이 시어른을 뵐 때 하게 되는 큰절(肅拜)은 다른 동작은 앞에서와 같으나 손등을 이마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하여 앉은 뒤에도 손을 내리지 말고 그대로 상체를 30도 정도 굽혀 잠시 동안 있다가 그대로 일어난다.
다음 조용히 양손을 내리고 다시 앉아 세운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려놓고 윗분의 말씀을 다소곳이 듣는다.

한복의 경우 공수한 팔이 어깨 높이에서 수평이 되도록 할 때 이루어지는 부드러운 어깨선이며 옷소매에서 이루어지는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곡선은 그야말로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선의 예술의 극치로서 그 아름다움은 무엇과도 비교되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장을 입었을 때는 두 무릎을 다 구부려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이것이 원인이 되어서인지 여자들의 절도 두 무릎을 다 꿇는 식으로 권장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양장을 입었을 경우라면 다음과 같이한다.

여자가 연장자나 선생님이나 형님 누님 같은 또래와의 인사를 할 때는

①공수한 두 손을 가볍게 풀어 양옆으로 자연스럽게 내리고
②왼쪽 무릎을 먼저 꿇은 후 오른쪽 무릎을 왼쪽 무릎과 가지런히 한다.
③오른쪽 발바닥에 왼쪽 발등을 포개며 발뒤꿈치를 벌리고 엉덩이는 깊이 내려앉는다(남자와 반대이다).
④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여 모아서 손끝이 밖을 향하게 무릎과 가지런히 해서 바닥에 댄다.
⑤윗몸을 30도쯤 앞으로 굽히며 양 손바닥을 바닥에 댄다. 이때 엉덩이가 들리지 않도록 하며 목을 자라목처럼 움츠리지 말고 팔은 약간 굽혀도 무관하다.
⑥잠시 머물러 있다가 윗몸을 일으키며 양손을 바닥에서 뗀다
⑦오른쪽 무릎을 먼저 세우며 손끝을 바닥에서 뗀다.
⑧일어나면서 왼쪽 발을 오른쪽 발에 모아 가지런히 한다.
⑨손을 다시 포개어 잡고 원래대로 자세를 취한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 또는 의식행사에서는

①양손을 공수해서 눈높이 정도로 올린 후 이마를 숙여 가볍게 닿을 듯 말듯 하게 한 후(이때 손바닥이 바깥에서 보이면 안 된다)
②왼쪽 무릎을 먼저 꿇은 후 오른쪽 무릎을 왼쪽 무릎과 가지런히 한다.
③오른쪽 발바닥에 왼쪽 발등을 포개며 발뒤꿈치를 벌리고 엉덩이는 깊이 내려 앉는다.
④윗몸을 30도쯤 앞으로 굽힌다(이때 손등이 이마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⑤잠시 머물러 있다가 윗몸을 일으킨다.
⑥오른쪽 무릎을 먼저 세운다.
⑦일어나면서 왼쪽 발을 오른쪽 발에 모아 가지런히 한다.
⑧수평으로 올렸던 손을 내려 다시 포개어 잡는다.

여자의 반절은 평절을 약식으로 하면 되는데 답배해야 할 대상이 많이 낮은 사람이면 남녀 모두 앉은 채로 두 손으로 바닥을 짚는 것으로 답배를 한다.

세배하는 법

세배는 정월 초하룻날에 하는 새해의 첫 인사이다. 세배는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비는 주요한 예절인 만큼 세배를 하거나 받을 때는 정중함과 함께 격식도 갖춰야 한다.
세배는 차례가 끝난 뒤 자기 집안에서 조부모 부모 백숙부모 형제순으로 차례로 절하고 새해 인사를 드린 후 일가 친척중 나이가 많고 항렬이 높은 어른, 동네 나이가 많은 어른 순서로 해 왔다. 당연히 부부 사이에도 세배를 해야 하는데 이때는 맞절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것이 약간 변질되어 직장이나 기타 사회생활에서의 선배들에 대한 세배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평소에 인사드리지 못한 일가친척중 웃어른에게 먼저 드리는 것이 좋으며 세배 드려야 할 어른이 먼 곳에 살고 있을 경우는 정월 보름까지 찾아가 세배하면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세배할 때 웃어른에게 “세배 받으십시오”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세배 드리러 왔습니다.”하는 것이 옳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는 것도 실례가 된다. “과세 안녕하셨습니까.” “금년에도 더욱 건강하십시오.”하는 것이 무난하다. ‘받으십시오’하는 것은 윗분에게 수고를 끼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 서울 지방에서는 새해 인사로 흔히 “복 받으셨다지요”로 인사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아들 낳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새해엔 득남하셨다지요”라고 하는 것처럼 “합격하셨다지요”, “장가드셨다지요”, “소원 성취하셨다지요”등등으로 바라는 것에 따라 인사를 달리했다.

웃어른 내외분에게 세배를 할 때 절을 한번만 해서 세배를 마치는 것은 절대 삼가 해야 하며 반듯이 한 분씩 각각 따로 따로 세배 드려야 한다. 여럿이 함께 세배하러 갔더라도 한사람씩 차례로 세배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절을 받을 어른이 한꺼번에 하라고 시키면 그대로 해도 된다. 여럿이 함께 세배를 하게 되더라도 남좌여우는 지켜져야 한다. 이때 세배를 받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다시 말해 어른도 절을 받을 때는 반듯이 방바닥에 앉아서 받아야 한다.

세배를 받는 사람이 남자일 경우 그대로 앉은 채 고개만 약간 숙이거나 팔로 바닥을 짚은 채 몸을 조금 앞으로 구부리는 반절로 답례하고 여자가 세배를 받을 때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채 공수한 손을 세운 무릎에 올려놓은 채 반절로 답례한다.

평교사이라면 평절로 맞절을 해야 하고, 큰동서와 작은 동서끼리도 평절을 한다. 또한 자기보다 나이 어린 고모에게 조카가 세배할 경우에는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이면 서로 평절로 맞절을 하고 10살 미만이면 조카는 평절로 하고 고모는 반절로 답례하면 된다. 그러나 조카가 장손이라면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조카는 반절로 답례한다. 맞절을 할 때도 아랫사람이 먼저 시작해 늦게 일어나고 웃어른은 늦게 시작해서 먼저 일어나도록 하며, 웃어른이 답배를 할 때는 아랫사람이 절을 시작해 무릎을 꿇는 것을 본 다음에 시작해서 아랫사람이 일어나기 전에 끝내도록 한다.
또 비록 제자나 자녀의 친구, 친구의 자녀 및 16년 이상의 연하자라도 아랫사람이 성년이면 반듯이 답배를 해야 한다.
세배 다니는 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며 굳이 식사 시간을 피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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